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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이 있는 풍경_문경시]가은, 가은요(加恩窯)
    컬처라인 | 2018-11-05 프린트 퍼가기
  •  

     

    마을이 있는 풍경

     

     

    가은, 가은요(加恩窯) 

     

    글 정창식   사진 김정미

     

     

     

    ▮가은

    모처럼 가은(加恩)을 찾았다. 가은은 우리 지역의 서쪽에 자리하면서 지역 경제의 큰 역할을 했던 곳이다. 과거 이곳에는 은성탄광이 위치하여 1980년대 까지도 국가산업의 동맥이 꿈틀거렸다. 그 때, 가은은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었다. 사람들이 필요했고 사람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몰려들었다. 그래서 가은초등학교는 교실 부족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2부제 수업을 하기도 했다. 

    그때 이곳과의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 중에는 예인(藝人), 특히 방송에 종사하는 연예인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문경의 동(東)쪽인 산양과 산북에는 학문하는 이들이, 서(西)쪽인 가은에는 연예인으로 이름을 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비유는 풍수에서 유래된 듯한데, 우리나라 동쪽에 해당되는 경상도(안동 등)와 서쪽에 해당되는 전라도(남원 등)를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듯하다. 

    석탄박물관에는 그때의 영화와 삶의 고단함이 박제처럼 남아 있고, 그 옆에는 새로운 가은의 부흥을 위해 국내 첫 복합생태 영상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가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분주하다. 

     

     

     

    ▮가은요 

    봉암사 입구 도로에 작은 팻말이 눈에 띄었다. “가은요, 3㎞”. 그랬다, 가은을 찾게 된 것은 이곳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2018 문경전통찻사발축제’ 때 가은요의 전시장을 둘러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서툰 안목과 짧은 식견에 불과 하지만, 그곳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는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이어서 나태함으로 여태까지 가은요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었다. 

     

     

    작가의 작품에는 백자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백자와는 달리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전통과 격(隔)을 두지 않았다. 찻물을 담는 숙우도, 차를 따르는 다관도 기존의 것과 달랐으며, 남의 것을 흉내 내지 않았다. 바닥과 붙어있는 듯한 타원형의 다관과 어깨가 넓은 매병 형태의 숙우는 분명 파격임에도 안정감과 미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을 보는 기쁨은 변화와 디테일에 있다. 손잡이 위에 작은 꽃을 달고, 손잡이를 자작나무로 대체하여 손맛과 눈맛을 느끼게 하는 섬세함은 작가의 품성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 명제를 여기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이 작품을 만든 이가 궁금했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기에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래서 가은요를 찾은 것이다.

     

     

     

    ▮박연태 작가

    모래실 마을을 뒤로 하고 비포장길을 가다가 문득, 깊은 산속으로 숨어버린 은자를 찾으러가는 거와 같은 착각에 젖다가 다시 포장길이 끝나는 곳에 그림 같은 집이 있는 넓은 공간과 만나면 눈과 가슴이 환해진다.

    그리고 누구나 그려봄직한 작업실과 전시실, 차실을 가진 그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의 곁에는 오랜 동반자이면서 가은요의 CEO이기도 한 부인이 함께 있다. 

    박연태 작가, 호는 남강(南杠)을 쓴다. 그는 도자를 하는 사람답게 미남이다. 그리고 달변이며 논리적이다. 부드러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제 작품은 대표작이 없어요. 다 다르고 달라서 사람들이 대표작을 물으면 선뜻 말을 못해요.”

    그는 같은 것을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만들 때마다 무엇이든 변화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매번 달라진다고 했다. 때문에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 무엇들을 작품으로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런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작품에 대한 끝없는 열정, 에너지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더하여 여성적인 미감과 작품에 대한 미적 추구가 늘 그의 디테일을 재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족을 달면, 그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다도구 부문 명인이다. 수상경력과 전시회경력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는 10월에는 그의 작품들이 경상북도에서 주관하고 TBC 등에서 후원하는 ‘경상북도 찻그릇 명인 7인전’에 초대되어  대구 ‘수성아트피아갤러리’에서 볼 수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마침 가은요로 들어설 때 보았던 가마가 떠올랐다. 

    그의 옆에서, 다식(茶食)을 준비한 그의 아내가 얼마 전 독일의 유명 갤러리에서 작품들을 구입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귀띔하였다. 어쩌면, 문경 도자의 2세대에 해당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해외진출은 새로운 희망이고 블루오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은, 가은요(加恩窯)

    차실을 둘러보았다. 축제에서 관람객들이 감탄한 것 중의 하나가 전시실의 디스플레이였다. 

    특히, 5월의 신록과 창문을 활용한 뷰(view)는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다시 그의 아내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올해 축제에는 지난해 보다 몇 배 더 가은요 작품을 사랑해주셨던 것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끄는 작품과 이를 담아내는 공간의 활용이 최상일 때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만히 살펴보면, 차실 공간의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다. 이 또한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드물게도, 그는 타고난 재능이 다양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창 밖에 큰 뽕나무가 보였다. 바람이 불었다. 무성한 뽕나무 잎이 크게 숨을 쉬며 몸을 흔들었다. 검게 익은 오디가 후두둑 땅에 떨어졌다. 문득, 잘 익은 저 오디처럼 그의 작품도 무르익은 지경에 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 가은읍 모래실 마을, 그림 같은 집을 찾아 그의 물오른 작품들을 손과 눈으로 맛보는 기쁨을 가졌으면 참 좋겠다. 지금에서야 우리 문경의 서쪽 가은에 큰 예인(藝人)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았다. 

    가은, 가은요(加恩窯)에서.

     

     

     

     

     

  • 정창식 글쓴이 : 정창식 ▪ 현 문경문화원 이사
    ▪ 안동대학교 문화산업전문대학원에서 스토리텔링을 전공하였다.
    [주간문경]에 문경문화와 관련된 글을 연재하고 있다.
    문경의 자연과 마을, 유적과 문화재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들을 새롭게 봄으로써 문경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한다.

    ▪ 저서
    수필집 "아름다운 선물 101" (2010)
    에세이집 『아름다운 선물 101』 은 우리 인생에서 있어서 스치는 인연들과의 소중한 관계,
    베풂의 마음 등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을 엮은 책이다.

    수필집 "문경도처유상수" (2016)
    주간문경에 2010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문경문화와 관련된 글 중 57편을 선별해 책으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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