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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 읽기]“불행 속에서도 늘 행복의 씨앗은 피어난다” 〈농농할멈과 나〉
    컬처라인 | 2019-07-01 프린트 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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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 읽기

     

     

    “불행 속에서도 늘 행복의 씨앗은 피어난다”

    〈농농할멈과 나〉

     

    글 백소애  

     

     

    근대 일본 시골마을 소년의 성장스토리

    외팔이 작가의 요괴 잡학사전

     

    중국의 아동문학작가 차오원쉬엔(曺文軒, 1954~)의 <빨간기와>를 읽었을 때가 떠올랐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빨간 기와 건물의 중학교에 입학한 소년소녀들의 성장기를 다룬 소설이다. 아이들은 격변의 시대를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간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죽음, 각종 사건사고 속에서 문명의 부조리한 현실과 어쩔 수 없는 아이로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며 좌충우돌 성장한다. <농농할멈과 나>도 이러한 성장소설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명절과 어린이날에 반다이 요괴워치와 요괴 메카드, 요괴대사전을 사기 위해 발을 동동 굴러본 사람이라면 지바냥 정도는 알테고, 백멍이의 충청도 사투리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요괴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에서도 요괴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 1922~2015).〈농농할멈과 나〉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2007년 프랑스 앙글램 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폭격으로 왼팔을 잃고 이후 한쪽 팔로 그림을 그려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줄 알면 큰일 나는 거야

    <농농할멈과 나>의 이야기는 특별하면서도 평범하다. 작가가 초등학생 시절 가족과 이웃 그리고 가족처럼 가까이 지낸 농농할멈을 통해 요괴의 세계를 알게 되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야만의 시대, 1931년 주인공 시게루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이다. 동네 아이들조차 패거리를 만들어 매일 전쟁놀이를 치열하게 할 때였다. 욱일기 깃발을 흔들며 옆 동네 아이들과 치고 박고 싸우기가 여사다. 아이들은 철저한 계급을 만들어놓고 대장의 명령을 따랐다. 잔인하고 처절한 싸움 후 시게루는 밤이면 몽상의 세계에 빠져들어 이 세상 말고도 십만억토의 기상천외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는 엉뚱한 소년이었다. 실제 주인공의 이름도 ‘시게루’로 등장한다. 시게루는 부모님, 형, 동생과 함께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에 산다. 그리고 또 한명의 가족이 있는데, 바로 농농할멈이다. 요괴를 볼 줄 아는 능력을 지는 농농할멈은 시게루의 친할머니는 아니다. 농농할멈은 염불을 해주고 얻은 음식으로 곤궁하게 살다가 시게루의 집에 들어오게 되지만 이후 여러 집의 가정부를 전전하게 된다. 할머니는 신심이 깊어 어디서건 정성으로 기도를 하는데, 시게루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도대체 누구한테 기도를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그런 시게루에게 할머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줄 알면 큰일 나는 거야.”라고 알려준다.

     

     

    학교는 그만둬도 되지만 사랑은 그만두지 마라

    은행원이지만 활동사진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는 어머니를 설득해 부업으로 영사기를 들여와 활동사진관(영화관)을 연다. 그 소식을 들은 할아버지는 모든 게 못마땅하다. 마을이 생긴 이래 최초로 도쿄의 대학을 나온 아들은 은행 출납계장에 불과한데 촌구석 중학교를 졸업한 동창이 예금과장이라는 사실도 마음에 안 드는 판에 활동사진관이라니. 그러나 낭만주의자 아버지는 동네사람들이 접해보지 못한 문화를 전파하고픈 마음이라며 영화관을 여는 일에 마음을 쏟는다. 그런 아버지는 시게루를 앉혀두고 말한다.

    “넌 교양은 좀 모자라지만 제법 흥취를 알아. 그 마음이 중요한 거란다. 흥취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문화란다. 돈 같은 건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있으면 돼.”

    문화와 교양을 강조하던 아버지는 숙직하는 날 은행강도가 무서워 일찍 퇴근했다가 해고를 당한다. 아버지는 한량처럼 보이지만 당시 경직되어 있던 사회에서 누구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전해보지 못하고 웃음거리가 된 중학생 큰아들이 목을 매겠다고 울부짖자 아버지는 굳이 말리지 않는다. 다만 꼭 죽고 싶다면 죽어도 되지만 살아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그만한 일로 사랑에 겁을 먹어선 안 된다고 하면서. 

    “남자에게 있어 여자는 선생님이야.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지. 학교 따윈 그만둬도 되지만 여자를 사랑하는 건 그만두면 안 돼.”

     

     

    불행 속에서도 늘 행복의 씨앗은 피어나는 법

    아버지는 철학자나 다름없다. 진심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상처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한다. 매번 자신이 유서 깊은 가문의 딸임을 주지시키며 현실에 불만인 어머니도 아버지가 저질러놓은 영화관에서 표 끊는 일을 하거나 공부하지 않는 아들이 그린 습작만화의 1호 애독자이기도 하다. 그러는 사이 소년 시게루의 주변에도 많은 일이 생긴다. 폐병에 걸려 도쿄에서 요양 온 치구사는 기어이 생을 마감하고, 고베에 기생으로 팔려가는 미와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현재의 삶이 불투명한 미래의 삶보다 나을 거라는 확신이 없음을 깨닫고 미와는 고베로 떠나기로 한다. 시게루는 하나둘 주위를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처절한 현실을 깨닫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음을 알고 슬퍼한다. 아버지는 새벽녘 잠이 오지 않아 깨어있는 시게루를 위로한다.

    “불행 속에서도 늘 행복의 씨앗은 피어나는 법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각본가가 꿈이라고 말하고 시게루는 자신의 꿈이 중학교 진학이 아닌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유화도구를 아들에게 건넨다. 

    “잠이 안 오거든 하루든 이틀이든 마음껏 깨어 있거라.”

     

    시게루는 오사카로 떠나는 대장 대신 차기 대장자리를 놓고 내키지 않은 결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결투 당일 식중독을 앓게 되고 새로운 대장이 된 갓파는 강압적으로 동네 아이들을 이끈다. 아이들은 시게루가 대장이 돼 주길 원하다. 시게루는 아이들에게 갓파와의 일전에서 승리해 대장이 된 후 싸움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며 계급을 폐지하고 평화주의로 가자고 말한다. “우린 본래 신나게 놀기 위해 모인거야.”라고 말하며.

     

    그야말로 명언의 향연인 만화다. 보잘 것 없는 팥도깨비 조차도 ‘오래본다고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철학적인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낭만주의자 아버지는 시게루에게 줄곧 유연한 생각을 갖게끔 도와준다. 무속신앙에 심취한 농농할멈도 실은 가장 합리적인 사고에 따듯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시게루의 성장과정에는 이 두 명의 멘토가 있어 전장과도 같았던 사춘기를 견디고 불가사의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 한편의 판타지처럼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그 시대는 한갓진 일본의 작은 마을 사람들에게도 힘들었던 시절이 틀림없다. 불행 속에서도 행복의 씨앗이 피어나는 법을 배운 소년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고향인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에는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 동상 백 수십 개가 세워져 있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있으며 그 끝에 위치한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은 유명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농농할멈에게 늘 재미있는 요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던 소년은 그만의 길을 닦은 일본 최고의 요괴 만화가가 되었다. 

     

     

     

     

     

     

     

     

     

     

     

     

    농농할멈과 나/ 미즈키 시게루 지음 / AK 커뮤니케이션즈/ 값9,000원

     

     

     

     

  • 쑤세미 글쓴이 : 쑤세미 강원도 태백 출생. 아이큐는 낮지만 머리가 좋다고 굳게 믿고 있음. 변덕이 심하고 우유부단하나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조카들에게 헌신적이며 인간성 또한 좋다.....고 믿고 있다.

    학생 때 교무실에서 밀대자루로 바닥 밀면서 은밀히 훔쳐본 생활기록부에는 ‘예의 바르나 산만함’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한참을 갸우뚱 하다가 담임이 수학선생님이었기에 그냥 이해하기로 함. 다소 후진 취향을 지니고 있으나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쓸데없는 걱정과 호기심이 많음. 같은 계획을 몇 년째 하고 있으며 역시나 올해도 다이어트와 앞머리 기르기에 도전할 생각이며 과메기에 없어서는 안 될 다시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

    웹툰도 괜찮지만 만화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날로그 건어물녀. 좋아하는 것은 무한도전, 오뎅으로 만든 떡볶이, 삼겹살에 매실소주, 비오는 날, 생활의 달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괴짜가족 류의 저질유머. 비 오는 날 무한도전 틀어놓고 배 깔고 누워 만화책 보면서 빈둥거리며 사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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