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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 읽기]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불편하고 행복하게>
    컬처라인 | 2019-12-02 프린트 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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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 읽기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글 백소애  

     

     

    올해 부처님 오신 날에 경주 불국사에 다녀왔다. 경주 여행은 거의 10년만인 것 같다. 나는 무엇이건 불편한 걸 싫어한다. 줄서서 먹는 맛집, 기다렸다 즐기는 관람, 관광지와 먼 주차장 ……. 이 모든 것이 불편하다. 그런 내가, 그것도 부처님 오신 날, 경주 불국사에서 점심 공양을 한 것이다. 당일 날 불국사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 1km의 줄이 늘어섰다. 모두 점심 공양을 받고자 하는 중생이었다. 두 명의 언니와 두 명의 형부는 나는 감히 엄두도 못 낼 긴 줄을 서서 비빔밥을 받아왔다. 그때 나는 그들의 표정을 봤는데 ‘불편하고 행복하게’ 보였다. 심지어 큰언니는 경주에 와서 경주만의 경험을 해보니 좋다, 라고 말했다. ‘불편’만 하고 ‘행복’하지 못한 나는 그 비법이 궁금하여 황리단길에 자리한 그림책서점 소소밀밀에서 이 책을 샀다. 제목하여, <불편하고 행복하게>.

     

     

    # 앞으로 시덥잖은 녀석들은 다 때려줄 테다

    서울 금 밖을 벗어나면 큰일 나는 줄 알던 서울내기 부부는 포천 죽엽산으로 이사를 간다. 부부는 텃밭을 일구며 만화가 남편, 그림책작가 아내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살아간다. 인세를 받거나 계약금을 받거나 고료를 받는 것이 그들 수입의 전부다. 심지어 아내는 이제 막 공모를 통해 등단 한 작가다. 남편은 머리 깎으러 시내까지 나가기도 힘든 참에 시원하게 머리를 밀어버린다. 입산금지 구역에 드나드는 사람들, 아무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 농작물에 눈독 들이는 사람들, 마감을 독촉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담당자, 그리고 환경이 바뀌어도 걱정인 먹고사는 문제. 남편은 열 받고 화나는 것이 많다. 그럴 때면 마음속 울분을 담아 산에 올라 분풀이를 한다. “시덥잖은 녀석들은 다 때려줄 테다”라며 엄한 나무에 화풀이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기운이 넘치면 쑥이라도 캐자”고 한다. 

     

    # 경칩 오려면 멀었는데 자꾸 시끄럽게 언 땅 흔들 거야?

    마음속의 화가 가라앉지 않는 남자는 언 땅을 곡괭이로 깨며 울부짖는다. 싸우지 않으려 도시를 떠났는데 또 이렇게 싸우게 될 줄이야. 살려고 온 죽엽산이 오히려 그를 황폐하게 만든다.

    괴로워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당장 급한 것보단 중요한 걸 먼저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불 속에서 찬 손을 꼭 잡아준다. ‘건강하게 좋은 곳에 살면서, 좋아하는 일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인지도 모른다’는 현명한 아내 덕에 남자는 싸우고 부딪치고 괴로워하다가도 종래에는 그들의 가정에 안착한다. 

    시내에 나갔다가 택시비를 아껴 한밤 중 산을 오르는 남자는 ‘어쩌자고 산속까지 와버렸는가’하고 자기 자신에게 자조적으로 묻는다. 그러나 그 답을 찾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이 산을 올라가면 저 위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집 한 채가 있다. 그 외딴 섬에선 거짓말처럼 아내라는 이름의 여자가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 이렇게 아름다운 설경이 집 주변에 있었는데

    부부는 보호소에 갇혀있던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온다. 진돗개도 아니고 짖지도 않아 쓸모도 없어 보이는 개를. 동네 사람들에게 잡아먹히려다 구출된 어미가 낳은 개 ‘참돌이’는 부부의 집으로 와서 마침내 짖게 된다. 남자는 매번 옆에 두고도 보지 못했던 설경을 보고 그만 감정이 북받쳐버린다. ‘산은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산에서 도대체 그간 무엇을 보았단 말인가’ 하고. 각성은 느닷없이 오고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녹는다.

     

    # 새로운 곳으로 떠날 준비는 됐지요?

    부부의 소소사를 다 읽고 책을 덮는 밤, 나는 문득 골똘해진다.

    이 책은 부부의 짧다면 짧은 귀촌 이야기지만, 예술가 부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무례한 세상에 대한 저항과 계절에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삶을 계절이 8번 바뀌는 동안 보여준다. 그리고 삶은 반전도 없이 ‘개발’과 ‘집주인’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막혀 부부를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도록 만든다. 자발적이건 비자발적이건 시골에서 희망을 찾았던 이들이 어디에건 희망은 있다는 것을, 그들의 좋은 작품을 통해 꼭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무렴, 불편하고 문득문득 행복한 세상에 우리는 지금도 살고 있으니까.

     

     

    불편하고 행복하게/ 글·그림 홍연식/ 우리나비/ 18,000원

     

     

     

     

     

     

     

     

     

     

     

     

  • 쑤세미 글쓴이 : 쑤세미 강원도 태백 출생. 아이큐는 낮지만 머리가 좋다고 굳게 믿고 있음. 변덕이 심하고 우유부단하나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조카들에게 헌신적이며 인간성 또한 좋다.....고 믿고 있다.

    학생 때 교무실에서 밀대자루로 바닥 밀면서 은밀히 훔쳐본 생활기록부에는 ‘예의 바르나 산만함’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한참을 갸우뚱 하다가 담임이 수학선생님이었기에 그냥 이해하기로 함. 다소 후진 취향을 지니고 있으나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쓸데없는 걱정과 호기심이 많음. 같은 계획을 몇 년째 하고 있으며 역시나 올해도 다이어트와 앞머리 기르기에 도전할 생각이며 과메기에 없어서는 안 될 다시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

    웹툰도 괜찮지만 만화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날로그 건어물녀. 좋아하는 것은 무한도전, 오뎅으로 만든 떡볶이, 삼겹살에 매실소주, 비오는 날, 생활의 달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괴짜가족 류의 저질유머. 비 오는 날 무한도전 틀어놓고 배 깔고 누워 만화책 보면서 빈둥거리며 사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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