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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덕 블루로드]요즘 청소년들의 놀이터 <영덕 청소년문화의집>
    컬처라인 | 2020-05-04 프린트 퍼가기
  •  

     

    이야기가 있는 문화탐방

     

    요즘 청소년들의 놀이터 <영덕 청소년문화의집>

     

    글. 김상현

     

     

    초등학생 시절, 해질 무렵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까지 학교운동장이며 길가며 온 동네 아이들이 나와 놀다가 “ㅇㅇ야 밥 먹으로 온나!” 엄마의 부름에 그제야 겨우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있다. 요즈음은 아파트 놀이터며 학교 운동장에도 해질 때까지 뛰어노는 아이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친구들과 함께 학교와 동네 골목을 휘젓고 다니며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쌓던 우리와는 달리 학원 여기 저기 쫓겨 다니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마저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영덕에서는 과연 청소년의 활동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궁금해 하던 차에 딸이 활동하고 있는 영덕 청소년문화의집이 생각이 나 그 곳을 방문해 보았다. 문화의집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공간으로 열린 도서실과 컴퓨터가 나란히 보이고 무대가 있는 넓은 공간을 지나면 강의실과 노래방, dvd방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영덕 청소년문화의집은 청소년수련관, 수련원과 함께 청소년 수련시설에 속한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대부분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청소년 지도사 두 분이 문화의 집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을 돕고,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며,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이곳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 운영위원회와 청소년 참여위원회도 운영되고 있다. 일종의 창구역할을 하는 합의체인데, 처음 듣는 조직이라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서 상세히 물어보았다. 운영위원과 참여위원은 공개모집을 통해서 선발되고, 초등학교 6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도 활동할 수 있고, 지역 여건에 따라서 대학생까지도 동참할 수 있다고 한다.

     

     

    운영위원회는 청소년문화의집 프로그램이나 시설에 관한 전반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주요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진행할 때 기획 단계부터 진행까지의 거의 모든 단계에 참여하여 청소년들의 의견을 모아 청소년 지도사와 함께 문화의집을 운영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참여위원회는 운영위원과 같이 선발되어 활동하며 청소년 정책제안이나 지역 청소년의 욕구 조사 같은 주로 청소년 정책에 관련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놀이문화도 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청소년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자신만의 놀이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화의집 운영에 청소년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자치기구가 꾸려져 활동하고 있고,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한다는 점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 더 놀라웠다. 그들의 활동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 이곳에 근무하시는 청소년 지도사 선생님께 운영위원회가 기획하고 참여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렸다.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해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벼룩시장인 ‘땡큐마켓’과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중 하나인 ‘소통운동회’가 있다고 한다.

     

    땡큐마켓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사고 팔아봄으로써 절약정신을 알려주고, 경제개념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열리는 일종의 벼룩시장이라고 하는데, 4년 전부터 해마다 정기적으로 한 두 차례 연다고 한다. 청소년은 물론 가족단위, 성인들도 무료로 마켓에 참여할 수 있고 또 이 곳 에서는 문화의집 청소년동아리 회원들이 직접 만든 물건과 직접 만든 음식을 판다고 하는데, 이로 얻은 수익금은 연말에 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소통운동회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우정의 소중함을 알고 즐거운 추억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도 참여위원과 운영위원들은 청소년 지도사들과 함께 운동회의 기획과 진행의 전 과정에 참여하여 회의를 진행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획된 프로그램들은 실제 운동회에서 만나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운동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영덕 청소년문화의집에는 4개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음악동아리인 ‘리듬합주 동아리’와 ‘통기타 동아리’가 있고, 중고등학생들은 ‘손으로’와 ‘고운빛깔’이라는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손으로’는 핸드메이드 봉사 동아리로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목도리를 떠서 선물하거나 신생아들에게 모자를 만들어 기부해오고 있는데, 앞서 말한 땡큐마켓에서 수공예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고운빛깔’은 네일 미용 봉사동아리로, 지역 마을 경로당에 정기적으로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매니큐어를 발라 드리기도 하고 어린이날 열리는 지역행사나 땡큐마켓에서 네일 체험부스를 운영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지도사 선생님께 다른 수련시설과 차별화된 영덕 청소년문화의집만의 특징이 있냐고 질문을 드렸더니, ‘영덕의 청소년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곳은 몇 해 전부터 ‘자기주도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자신이 강사로 다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학습, 체육, 문화 강좌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자신의 역량과 재능을 펼쳐 보이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지도사 선생님은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설은 특별히 뛰어나진 않지만 청소년들만의 공간으로 오롯이 쓰여 지고, 이곳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필자도 영덕 청소년들을 위해 지난 해 부터 매주 토요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농구 프로그램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는 영덕 청소년들의 역량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든든한 자질들을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 칭찬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단순히 시설이용만 하겠거니 생각했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놀이 공간의 운영과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활동하는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청소년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놀라기도 했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적극성과 진취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마음 한편 뿌듯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 건강하고 잘 노는 청소년기를 보낸다면, 밝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만남에서 우리가 청소년들의 놀이문화와 놀이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살펴보고 관심과 지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정성을 드리면 돌에도 꽃이 핀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말이다. 문화의집을 둘러보며 사실 돌인지 꽃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어른들의 편견이나 시선에 따라 그저 돌이라 정해놓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 된 건 계속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봐 주는 어른이 없었던 것 일수도 있다.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하교하는 아이들은 가을하늘이나 단풍 든 들판을 보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있었다. 십대는 친구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나이다.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되어 기르고 길러져야 하는 건데, 잊고 산 무심함에 타박이 절로 일어난다. 이번 토요일 농구장에서 아이들과 다시 만나게 되면 무릎을 좀 더 구부리고 모두의 이름을 빼놓지 않고 부르겠노라 다짐해본다.

     

     

     

  • 김상현 글쓴이 : 김상현 현재 영덕군에서 문화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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