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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 읽기]시리도록 푸른 날의 비망록 <연의 편지>
    컬처라인 | 2020-05-18 프린트 퍼가기
  •  

     

    쑤세미의 골방에서 만화 읽기 

     

    시리도록 푸른 날의 비망록

    <연의 편지>

     

     

     글 백소애  

     

    지나 간 수첩을 보았어

    너에 대한 메모로 가득 차 있던

    말은 하지 못 했었지만

    그 때도 난 널 많이 좋아했나봐

    알고 있는지

    이렇게 좋은 날이면 나 언제나

    너와 함께 있었던 걸

    - 옥수사진관 ‘푸른 날’ 중

     

    <연의 편지>를 읽은 밤, 잊고 있던 많은 것이 생각났다. ‘옥수사진관’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고 밤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코드를 잊은 기타를 치고 싶고 심야영화가 보고 싶었다. 학창시절 친구와 만나 떡볶이를 먹고 조이스틱의 마법을 부렸던 겔라그를 하다가 차양이 쳐진 만화방에 가고 싶었다. 휴대폰 따위가 없어도, 친구들과 하루에 열두 번 만나도 어디서 보는지 알았던 시절, 오토리버스가 되던 마이마이(mymy) 카세트로 종일 빌리 조엘(Billy Joel)에 빠져있던 열아홉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예전에 ‘마니또 게임’이라고 있었다. 제비뽑기로 뽑은 친구에게 편지를 쓰거나 선물을 주는 걸로 일주일이 설레곤 했었는데, 자신의 마니또가 누구인지는 철저한 비밀에 붙여졌다. <연의 편지>는 오래전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님에도 마치 마니또 친구를 추적해가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만화다. 어쿠스틱한 선율의 노래가 어울리는, 잊었던 학창시절의 풋풋한 감성을 끄집어내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느리게 가는 기차와 이름이 적힌 도서대출카드,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 우리가 한 템포 늦게 가면 볼 수 있는 많은 사물과 자연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소리’는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 곤경에 빠진다. 불의를 보고 나섰다 되레 표적이 돼버린 ‘소리’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로 전학을 간다. 그곳에서도 마음을 열지 않는 ‘소리’에게 비밀의 편지가 도착한다. 편지에는 도서관이나 체육관, 급식실로 가는 지름길, 개구멍의 위치와 반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 선생님의 특징 등 전학생에게 학교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소개가 깨알같이 적혀있다. 미션 수행하듯 하나씩 편지를 찾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소리’는 같은 반 ‘동순’과 친해진다. 그러면서 편지의 주인공이 ‘정호연’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호연’은 무슨 이유로 편지를 ‘소리’에게 보내게 되었을까? ‘소리’와 ‘동순’은 열통의 ‘연의 편지’를 찾으면서 그 수수께끼를 풀게 된다. 

     

     

     

    ‘소리’와 ‘동순’에겐 각자 저마다의 고민이 있다. 어른이 특별히 등장하지 않는 이 만화에서 둘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폭력과 부당함에 맞선다. 함께 극복하며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한편 대견하고 어른보다 더 현명해 보인다. ‘소리’는 옳은 일이라고 나섰다가 오히려 더 악화된 상황에 괴로워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결국에는 옳은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2018년 여름 특선 10부작으로 네이버 웹툰에 연재해 네티즌 평점 무려 9.98점을 받으며 웰메이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10대 독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네이버 웹툰에서의 높은 평가는 그만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종일관 흐르는 따듯한 아날로그적 감성은 10대뿐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 레트로 감성은 세대를 뛰어넘고, ‘작은 호의를 평생 간직할 거’라는 아이의 결심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지금 세대들은 절대 쓰지 않을 것 같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는 손편지를 학원물의 전면에 내세우고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만화라니. <연의 편지>는 소박하고 청아한 시골풍경과 편지라는 매개체, 순수하고 맑은 주인공들로 인해 ‘지금’을 이야기하지만 자꾸만 ‘추억’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초코우유에 딱지로 접은 손편지를 붙여 등교한 나를 반겼던 그 시절 마니또처럼. 어느 날부터 ‘우정’이라는 말 따위는 쓰지 않는 어른이 돼버린 나에게 서랍 속에 꼭꼭 숨겨둔 그 시절 이야기를 열어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연의 편지/ 조현아 글 · 그림/ 손봄북스/ 2019/ 값15,000원

     

     

     

  • 쑤세미 글쓴이 : 쑤세미 강원도 태백 출생. 아이큐는 낮지만 머리가 좋다고 굳게 믿고 있음. 변덕이 심하고 우유부단하나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 조카들에게 헌신적이며 인간성 또한 좋다.....고 믿고 있다.

    학생 때 교무실에서 밀대자루로 바닥 밀면서 은밀히 훔쳐본 생활기록부에는 ‘예의 바르나 산만함’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한참을 갸우뚱 하다가 담임이 수학선생님이었기에 그냥 이해하기로 함. 다소 후진 취향을 지니고 있으나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쓸데없는 걱정과 호기심이 많음. 같은 계획을 몇 년째 하고 있으며 역시나 올해도 다이어트와 앞머리 기르기에 도전할 생각이며 과메기에 없어서는 안 될 다시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

    웹툰도 괜찮지만 만화책은 역시 종이책으로 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날로그 건어물녀. 좋아하는 것은 무한도전, 오뎅으로 만든 떡볶이, 삼겹살에 매실소주, 비오는 날, 생활의 달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괴짜가족 류의 저질유머. 비 오는 날 무한도전 틀어놓고 배 깔고 누워 만화책 보면서 빈둥거리며 사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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