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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이 있는 풍경]도호, 섬, 복사꽃
    컬처라인 | 2020-10-30 프린트 퍼가기
  •  

     

    이야기가 있는 문화탐방

     

    도호, 섬, 복사꽃

     

      글. 송인성

    사진. 방유수

     

     

     

    바람은 때로는 자유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정착하지 못하는 떠돌이 삶을 떠올리게도 한다. 

    우리는 늘 떠남과 머무름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탓에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알음알음 시도해 본 4월의 마을길걷기, 유난히 바람이 거센 날이었다.

    소문은 역시 바람보다 빨랐다. 처음인 분들 다섯을 포함해 30여 명의 길동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외부 활동에 목말라 있었다는 뜻이리라.

     

     

    길은 굽이굽이 강을 따라 돌고, 다리를 건너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인위의 다리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말 그대로 세상과 단절된 곳, 그 곳엔 신비로운 복사꽃이 있었다. 

    동양의 상상이 만들어낸 무릉도원, 우리의 유토피아는 봉화 도처에 있었다. 

    사람을 홀리는 묘한 색감을 지닌 도화를 어떤 이는 요염하다고 한다. 요염이란 말에는 불온, 혹은 불륜의 어두운 냄새가 난다.

    그래서인가, 선인들은 순백의 배꽃은 군자의 풍모를 지녔다고 숭배하면서 복사꽃은 은근히 비하한다. 그래, 배꽃은 담백하다. 소박하면서 질리지 않는다. 도학자들이 꿈꾸는 삶이 그러했을까?  

     

     

    그러면서도 이상향 속의 꽃은 복사꽃이다. 관능을 건드리는 그 묘한 분홍을 보고 있노라면 혼미해진다.

    그래서인가, 몇 년 전부터 아내도 ‘황새골 도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복숭아나무를 심고 있다.

     

    우리의 길이 향하는 곳 도호동은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에 속해 있다.

    도호의 도는 아쉽게도 복숭아 도(桃)자가 아닌, 섬 도(島)자이다. 즉, 섬 아닌 섬이란 뜻일 게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호는 우리의 무릉도원이다. 

    자연의 강은 곧게 흐르는 법이 없지만 특히나 백두대간의 험한 산악지형을 통과하다 보면 굽이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군데군데 배산임수의 섬을 만들어 놓는다. 도호는 섬처럼 갇혀 있다. 우리 속의 섬이다.

      

     

     

    젊은 한때, 내가 하나의 외로운 섬이라고 굳게 믿었을 때, 그래서 카뮈와 사르트르에게서 살아날 빛을 찾고자 했을 때, 카뮈는 스승인 장 그르니에가 쓴 ‘섬’이란 책을 권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알베르 카뮈, ‘섬’ 서문)

     

     

    장 그르니에는 말했다.

     

    가장 먼 곳과도 이제는 작별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가장 가까운 것 속에서 피난처를 찾지 않으면 안 될 모양이었던 것이다. 

    여행을 해서 무엇 하겠는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들을 지나면 또 들이요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다. 

    결국 절대로 끝이 없을 터이고 나는 끝내 나의 둘시네를 찾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말했듯이 이 짤막한 공간 속에 긴 희망을 가두어 두자.

    (장 그르니에, 『섬』 중, ‘보로메의 섬들’ 일부)

     

    나는 섬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는 섬을 찾고 있었다. 

    나의 섬은 고독한 인간 존재였고, 그의 섬은 꿈이었고 이상이었고 안락한 피난처였다. 우리의 발길을 이끄는 도호는, 그르니에의 섬이었다.

     

    서너 개의 다리를 건너서야 우리는 비로소 도호에 발 들여 놓을 수 있었다. 하회, 회룡, 물돌이동. 물이 돌아나가는 곳은 어디나 명당이다. 

    도호로 들어가는 길은 어머니의 자궁으로 가는 길이다. 물은 산을 안고 흐르고 산은 물을 지킨다. 모양도 그렇고 세상에 지친 길손을 품어주는 품도 그렇다.

    문득 거세던 바람이 멈추고 세상은 평온해진다. 자궁 가장 깊은 곳,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웅크린다. 이제 비로소 떠돌이 인생에서 놓여난다.

     

     

    소라동천(召羅洞天), 다리를 건너 들어가기 전 마을 입구임을 표시해 주던 동천에 새겨진 글씨가 멀리 보인다. 

    봉화군에서 발행한 ‘구곡과 동천’이란 책에 나온 근거로 이 바위에 새겨진 글자를 풀어보면, 

     

    召羅洞天(소라동천) 소라라는 별천지 

    活人之洞(활인지동) 사람 살리는 동네 

    世求吉地(세구길지) 세상에서 찾는 좋은 곳이로다. 

    有知可入(유지가입) 아는 이 있으면 들어갈 수 있네. 

    三十六姓中(삼십육성중) 서른 여섯 성 중 

    禹, 金, 李, 洪, 鄭, 張, 孫, 黃, 白, 沈, 林, 南, 崔, 尹, 琴, 馬, 朴, 吉 

    羅僧刻(라승각) 신라 승려 새김 

     

     

    “둘째, 경북 봉화 화산 소령의 소라국 옛터로 태백산 아래 춘양면에 있다.”

     

    ‘정감록(鄭鑑錄)’에 나온 십승지(十勝地) 중 두 번째에 나온 구절을 바탕으로 본다면 춘양이 난을 피하기 좋은 곳인 것만은 분명하다. 소라국은 춘양면 도심리, 서벽리, 소로리 등지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부족국가였던 만큼 소라고지와 소라동천 암각이 발견된 지금의 소천면과 법전면을 포함한 이 일대가 소라국 이었음을 짐작해본다. 

    도참서(圖讖書)인 ‘정감록’의 내용을 믿건 말건 춘양은 난을 피해 조용히 살 수 있는 고장이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예전에는 도호도 춘양 땅에 속해 있었으니 충분히 십승지의 고장으로 볼 수도 있다. 

     

    두음에 사시는 이상식 형의 말씀에 따라, 길 끝집에 살고 있다는 백씨 성을 가진 어른을 찾고 싶었으나 일정상 그리 못한 것이 아쉽다. 

    다른 자료에 의하면, 백학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분은, 22세 때 월남하여 군인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제대하면서 택리지(擇里志)에 나온 대로, 목숨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십승지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노스님으로부터 받은 ‘소라비기(小鑼秘記)’에 표현된 ‘소라고지(召羅古址)’를 찾아 헤매다 도호에 이르게 되고 바위에 새겨진 ‘소라고지(召羅古址)’라는 글씨를 발견하고 평생을 거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릉도원 십승지를 찾아 갖은 고생을 무릅쓰고 이 곳 도호마을까지 오셨으니 무병장수하시길 마음으로 빈다. 

     

     

    [소라고지]

    소라고지(召羅古址) 소라 옛터 

    덕재동부(德哉同府) 덕 있는 동리로다 

    동심합력(同心合力) 마음 같이하여 힘 합하니 

    함래천인(咸來千人) 모두 다 오니 천 사람이로구나.

    무탄상조(無呑相助) (누구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서로 도우네. 

    연화범수(蓮花泛水) 연꽃은 물 위에 뜨고 

    선인무수(仙人舞袖) 신선은 소매 (길게) 펼쳐 춤을 추네.

     

     

     

    도호는 섬인 듯 섬이 아니었고, 섬이 아닌 듯 섬이었다.

    우리 범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인(仙人)들이 사는 곳, 섬으로 갔다 다시 섬으로 돌아온 날, 장 그르니에는, 말한다. 

     

    한 번의 악수, 어떤 총명의 표시, 어떤 눈길·····. 

    이런 것들이 바로..... 이토록 가까운,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

    나의 보로메 섬들일 터이다.              

     

    (장 그르니에, 『섬』 중, ‘보로메의 섬들’ 일부)

     

  • 컬처라인 문화메신저 글쓴이 : 컬처라인 문화메신저 경상북도 북부권 11개 시군의 문화예술 관련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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