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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날풍경]청송 부남장
    컬처라인 | 2021-02-22 프린트 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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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장터구경

     

    청송 부남장

     

      글, 사진. 강병두

      

     

    시골 장터 찾아다니기를 좋아해 이번 여행은 가을바람을 타고 청송 부남면에 있는 장을 찾았다. 예전부터 첩첩 산골로 통하던 청송은 나에겐 정겨운 곳으로 다가온다. 객주의 주 무대로 전국에서 유명세를 타던 그 정점의 시기에 보부상 길을 답사하기도 했었고 또 그것을 사진과 글로도 표현했었다. 이제 또 청송에서 몇 남지 않은 오일장을 보기 위해 온 것이다.  

     

     

    스쳐 지나는 마을 우회도로를 택하지 않고 바로 터미널을 찾아왔다. 그러나 터미널 안은 도시의 번잡함이나 시끌벅적함은 없고, 몇 사람만 한가로이 간이 의자에 걸터앉아 버스를 기다리며 전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다였다. 매표를 하는 이진호(68세)씨를 만나 몇 가지 물어본다. 

     

     

    “장사가 잘 되나요?”

    “에이, 될 리가 있니껴!...사람이 없는데”

    “오늘이 장날인데도 집에서 안 나오나 봐요?”

    “이제 많이 변했어요. 장이라고 다 여게 오는 게 아이고 차 타고 쪼르르 도시에 갔다 오고 해서 장사가 안돼요!”

    “장날 표시도 없고 장도 안 보이네요?”

    “안으로 조금 걸어가야 보여요”

     

     

    지난 2011년 국제슬로시티시장총회에서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된 경상북도 청송이지만 이젠 모두가 차를 타고 다니는 추세다. 장을 찾아 마을길을 걷다 보니 누군가 일러주지 않으면 이곳에 장이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겠다 싶다. 모두가 차를 타고 다니니 장이 서는 표식을 읽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농기구 고치는 트럭이나 도롯가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꾼들을 보고서야 장날인지 파악한다고도 한다.

     

    터미널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는지 장터 구경을 왔는지 명확하지 않은 몇 객꾼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열심히 하는 이보영(64세)씨를 만났다. 먹고 살려고 영덕서 여기까지 부남장을 비롯한 산간오지에 위치한 장만 골라 부지런히 다녔단다.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겠나, 그저 먹고살려고 하는 기지.”

     

     

    처음 방물장수로 장돌뱅이를 시작했는데 잘 안 되어서 고민하다가 내륙에는 수산물이 없길래 그나마 유통이 쉬운 건어물을 선택했다고 한다. 장사를 하다 보니 단골도 생기고 가끔 자식들에게 보내주려고 대량주문도 넣고 해서 재미가 있다가도 조용하면 또 없다가 한단다. 가끔 툭 던지는 말이 재미있어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주문을 하게 되었다. 몇 종류나 가지고 다니는지 궁금해 물어보니 청산유수다. 디포리, 새우건포, 대구포, 미주구리포(물가자미포), 피데기, 아구포, 삼치포, 멸치 등 말하다 숨도 못 쉰다. 구워 먹어도 좋고 술국으로 해장해도 좋고 쪄도 좋고 새우젓으로 간해서 밥반찬으로도 짱이라며 묻지 않은 요리법까지 이야기한다.

     

     

    장터에 들어서 처음 만나는 할머니인 김춘옥씨는 집에 있기가 무료하니 장날만 기다려 놀러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자식은 전부 도시로 나가 있고 동네 할매랑 같이 와서 이렇게 구경만 한단다. 지나가다 건네는 사과 한 쪽 때문에 수인사를 튼 할머니다.

     

    “이봐! 사진가 양반 이거 무소!”

    “괜찮아요. 많이 드세요.”

     

     

    장교 출신으로 귀농한 지 오래되었다는 권태한씨는 현 농업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농민수당은 생색내기고 그것도 이제 겨우 봉화군에서 시작한 단계라 청송은 언제 할지도 모른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노인들보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정책을 펼쳐야 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이야기하는데 왠지 공감이 간다.  

     

     

    가만히 장꾼들과 손님들 사이에 오가는 흥정을 듣고 있노라면 그들의 깊은 내공에 삼차원의 세계로 빠져드는 나를 발견한다. 장꾼 아지매와 손인 할매의 대화다.

     

    “갈치는 얼만데?”

    “큰 건 한 마리 13,000원, 작은 건 10,000원 해요.”

     

    고민하는 표정이 보인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할매는 결심이 서는지 큰 것을 가리키며 한 마리 달라고 하신다. 그러며 쌈짓돈인지 허리춤 깊숙이 있는 만원을 꺼내고 있다. 잠시 스쳐 지나는 장꾼 아지매의 표정이 묘하다.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하며 상황을 보고 있는 나까지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찰나, 할매가 입을 여신다. 

     

     

     

    “고등어는 얼만데?”

    “세 마리 10,000원요.”

    “그라면 그것도 하나 줘”

    그리곤 20,000원을 장꾼 아지매의 손에 쥐어주며 “됐지!” 하신다. 

    벌써 할매의 계산엔 갈치랑 고등어까지 사며 깎을 돈까지 셈이 끝난 것이다. 하긴 지금껏 장터를 다녀 봐도 물건을 제값에 사는 경우를 본 일이 없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파는 장꾼이나 사는 할매나 서로가 만족한 셈이지 싶다.

     

     

    장을 둘러보다 카키색 재킷을 입은 멋쟁이 아저씨에 마음이 끌려 말을 건다.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이라고 내려왔다는데 말 타는 재주만 남아있어 주왕산 주산지 인근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마차 영업을 하고 있단다. 한눈에 보기에도 관광객을 상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차림새다. 멋져 보이는 인생 이모작에 박수를 보낸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농산물가격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노부부 중 할머니께 말을 걸어보았다.

     

    “어디서 나오셨는데요?”

    “여서 멀어. 저쪽 꼴티서 나왔어.”

    “뭐하시는데 농산물가격에 그리 관심이 많으세요?”

    “사과도 하고 깨도 하고 여러 가지 하지. 그라이 우에 팔리나 해서 물어본거라...”

     

    헤어지기 전 건강히 잘 사시라고 인사를 드리려니 먼저 말을 꺼낸다.

     

    “이제 나한테 오래 살라 하지 마소!”

     

    그 이후로 청송시니어클럽 할머니들, 활어 파는 부부, 교회 전도 겸 따뜻한 커피 봉사 나온 목사부부 등 장터를 한나절이나 돌아다니며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되새겨보게 되는 건 ‘오래 살라고 하지 마라.’ 했던 할머니이시다. 입가의 주름들이 옹기종기 모여 밀어내듯 단호하고 애잔했던 그 말의 여운은 장을 떠날 때까지 내게 머물렀다. 짧아지는 늦가을의 해가 몸을 낮추고 있었고, 돌아가는 길은 우회도로로 방향을 잡아 더디게 풍경을 만나보고 싶다.

     

     

     

     

  • 강병철 글쓴이 : 강병철 안동 지역을 터전삼아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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