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예술
체칠리아 바르톨리(Cecilia Bartoli 1966~ )는 속칭 요즈음 가장 '잘 나가는' 메조 소프라노 가수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전통적으로 메조 소프라노에는 콜로라투라(Coloratura)가 흔하지 않은데다 기교적인 바로크 시대의 콜로라투라 영역을 개척하여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투라는 화려하고 빠른 악구를 노래할 수 있는 가수를 말한다.
조수미가 부르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대표적인 콜로라투라의 노래다.
일반적으로 낮은 음역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굵고 무거워서 콜로라투가가 드물다.
이것은 코끼리가 생쥐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노래를 들어 보면 화려하고 빠른 악구를 자유자재로 쉽게 노래하고 있는데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마치 목소리를 악기처럼 구사하고 있는데 도저히 인간의 능력이라고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현재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은 바르톨리가 유일하다.
그녀의 독특한 창법을 '아질리타(Agilita 빠르게 위로 아래로 오르내리는 창법)'라고 부른다.
비발디의 오페라 [그리젤다 La Griselda] 중 [두 줄기 폭풍이 몰아치네 Agitata da due venti]를 감상해보자.
정말 대단하다.
더구나 선머슴아처럼 튼튼한(?) 바르톨리의 강력한 힘이 감동을 더하고 있다.
이런 노래들은 그동안 전문 음악애호가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는데 사실은 이런 노래를 부를 만한 실력을 갖춘 가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래는 거세한 남자가수인 카스트라토(Castrato)가 불렀는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카스트라토였던 파리넬리가 왜 그토록 인기를 끌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기교와 남성의 파워를 겸비한 파리넬리와 같은 가수는 대단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폐활량이 여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컸기 때문에 이런 폭발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었다고 한다.
바르톨리는 이렇게 파묻혀 있던 작품들을 발굴해서 노래를 하고 있는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카스트라토의 모습을 알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다.
카스트라토의 음역이 주로 알토에서 메조 소프라노이기 때문에 메조 소프라노인 바르톨리가 노래 부르기에 적합했던 것도 이런 작품을 발굴해서 부를 수 있었던 조건이 되었다.
Youtube에 가서 'Sacrificium(희생)' 또는 'The art of Castrati'라고 검색하면 카스트라토가 불렀던 노래를 발굴하여 재현한 바르톨리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
Decca에서 발매한 [Sacrificium 희생]의 첫 곡 'Come nave, in mezzo all'onde 풍랑 속의 배처럼'을 들어 보자.
다소 생소한 작곡가인 Nicola Porpora(1686~1768)의 오페라 [Siface] 중에 나오는 곡이다.
나는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영상물을 보면서 그녀에겐 썰매를 끄는 개, 시베리안 허스키의 질주본능과 비슷한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달리고 싶어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휩싸이는 썰매견처럼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서조차 몸이 부르르 떨리는 주체할 수 없는 본능이 꿈틀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여러분들의 시청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