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쓸쓸한 남자]
어제 밤은 몸살로 끙끙 앓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지난 주에는 강의 3개가 줄줄이 겹친 데다가 각종 모임으로 바빴다.
몸에서 경고를 보내온 것이다. 쉬어야 한다고...
예전에는 이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강의를 준비하는 일은 항상 버겁다.
강의의 전체적인 틀과 내용은 머리 속에 정리가 되어 있는 터라 그다지 어려울 건 없지만 보다 좋은 연주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를 하는 일은 즐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난 웬만큼 아파도 약을 잘 안 먹고, 병원에도 거의 안 간다.
감기.몸살 정도는 쌍화탕이나 생강을 우려 마시면 거의 낫는 편이다.
양약을 안 먹은 지가 20년이 다 되었고 그동안 감기.몸살도 별로 앓은 적이 없다.
아파야 낫는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대로 느끼고 아파야 한다는 것.
지난 20년 동안 내가 깨달은 나름의 건강법이다.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브람스....
이들 음악가는 참으로 쓸쓸하고 고독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외로움은 깊은 사색을 낳았고 창작의 열정으로 전이(轉移)되어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더니 오늘 오후엔 오한도 가라 앉고 열도 내려서 살 만하다.
입맛도 돌아왔다.
오늘 저녁엔 매콤한 낙지볶음이 먹고 싶다.
원래 사람은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는 법이다.
이런 빈틈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비집고 들어오는 이 녀석, 쓸쓸함.
외롭고 쓸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원래 쓸쓸한 존재다.
말러의 [대지의 노래] 중 2악장 [가을에 쓸쓸한 자]를 찾아 쓸쓸한 마음을 달래보기로 한다.
인생의 쓸쓸함을 노래한 음악으로 나의 쓸쓸함을 달랠 밖에는...
MAHLER, Das Lied von der Erde.
Der Einsame im Herbst
Christa Ludwig / Mezzo Soprano
Leonard Bernstein / The Israel Philharmo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