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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이 있는 풍경_영양군(2)]검마산 마고(麻姑)할미와 너분돌(廣石)
    컬처라인 | 2023-05-02 프린트 퍼가기
  •  

     

    마을이 있는 풍경

     

    검마산 마고(麻姑)할미와 너분돌(廣石)

     

    글. 김범선

      

     

    “이보시오 주인장, 말 좀 물읍시다. 도화골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오?”

    “댁은 뉘신데 도화골을 가려하오?”

    참나무 지팡이에 봇짐을 진 젊은 청년이 길을 묻자 양촌(陽村)에서 원(院)을 꾸려 생계를 유지하는 윤돌석이 길손에게 되레 묻는다.

    “소생은 북촌에 사는 사람인데 도화골을 찾아가려 여기까지 왔소이다.”  

    “도화골은 저기 보이는 오릿골로 계속 올라가면 나옵니다. 한참 가야되는데...”

     

    도화골은 먼 옛날 하지(何志)라는 유명한 풍수가가 이곳을 도화낙지(桃花洛地)라고 부르며 기거하였는데, 미래에 나라를 구할 큰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쯧쯧쯧, 젊은 사람이 지조 없이 쓸데없는 소문에 속아서.. 가봐야 헛고생이지, 아무것도 없을 텐데 어쩌누..”

    돌석은 혀를 끌끌 차면 저 멀리 길을 떠나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윤돌석의 원은 지금의 여관처럼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주막보다는 조금 규모가 크고 주로 하급관리들과 길손들이 많이 이용하였다. 양촌의 원이 전성기에는 운영이 잘 돼 마당에 일꾼 열 명이 동시에 도리깨로 보리타작을 할 정도였다. 이 원은 1910년경에 소실되었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학문을 좋아해 마땅한 곳을 찾아 전국을 헤매며 떠돌던 정태(丁台)는 수비면 오기리에 들어서자 오동나무가 무성하여 오릿골 이라고 부르는 박남 박씨 집성촌을 지나 도화골(桃花谷)을 찾아갔다.

     

     

    정태가 막 도화골로 들어서려는데 눈앞에 백여우 한 마리가 아이를 물고 달아나고 있었다. 정태는 아이를 구할 생각에 여우의 뒤를 쫓아갔다.  

    “이놈 백여우야, 어서 그 아이를 내려놓지 못해!”

    정태는 손에 들고 있던 참나무 지팡이로 여우를 내리치며 고함을 질렀다.

    “넌 저리가라, 이 아이는 내 저녁밥이다!”  

    천년 묵은 백여우는 으르릉되며 정태에게 날을 세웠다. 

     

    한참을 그렇게 대치하던 정태는 “이놈이 사람을 해쳐, 어디 죽어봐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정태는 손에 들고 있던 참나무 지팡이를 사정없이 휘두르며 백여우를 공격했다. 정태의 무서운 공격에 백여우는 겁에 질려 입에 물고 있던 아이를 내던지고 재빨리 도망쳐버렸다. 정태는 아이를 품안에 숨기고 도화골로 들어갔다. 그런데 저 멀리서 몸집이 태산 같은 거구의  마고할미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헥헥... 이보게 총각, 백여우를 못 봤는가?”

    마고할미는 숨이 턱에 차서 헐떡거리며 정태에게 물었다.  

    “왜 그러시오 할멈?”

    정태는 놀라서 마고할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정태는 마고할미의 키가 너무 커서 고개를 뒤로 빼고 올려다보며 말을 했다. 

    “그게 말이야, 오십봉(五十峰)에 살고 있는 백여우 놈이 검마산에 있는 내 아이를 물고 도망을 갔어. 내 이놈을 만나면 이걸로 때려죽일 거야.”

    거구의 마고할미는 치마폭 속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자기 배를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치마폭에 쌓인 그건 뭐요?” 

    정태가 궁금해서 물었다.

    “응, 이건 바위야. 이걸로 그놈의 머리를 내리 칠거야.” 

    마고할미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자기 배를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저어.. 할멈, 이 애가 할미 아이요?”

    정태가 품안에 숨겨 두었던 작은 아이를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에고머니, 내 아기!”

    아이를 보자, 마고할미는 깜짝 놀라 펄쩍 뛰며 치마폭에 품고 있던 바위를 내려두고 아이를 가슴에 안고 검마산으로 쏜살같이 가버렸다. 혼자 남은 정태는 마고할미가 치마 속에서 내려놓고 간 바위 위에 앉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지켜만 볼 뿐이었다.

     

    수비면 오기2리는 옛날 광석동(廣石洞)으로 불리던 곳이다. 오기2리 마을회관 뒤편 낙동정맥로 지선을 따라 가면 산기슭 밭가에 광석지(廣石池)라는 작은 연못이 나온다. 이 연못은 필요해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연못은 아니고, 자연스레 생겨나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이 만든 저수지도, 물웅덩이도 아닌 이 작은 연못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러한 이야기가 녹아있어 그럴 것이다.

     

     

    마고할미가 놓고 간 그 바위는 10제곱미터 정도 되는 넓은 바위였다. 수비면 오기리 너분돌, 광석, 광석동은 그렇게 해서 생긴 지명이다. 위성사진으로 오기리, 광석을 보면 지금은 ‘광석지’로 나온다. 마고할미의 넓은 바위가 세월의 무게로 바닥에 가라앉아 그 위에 물이 고여 연못이 됐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연못의 바닥이 바위일지도...   

     

    마고할미는 한반도 전역에 전해지고 있는 무속 신화이다. 검마산의 마고할미는 집을 떠나있는 사이에 천년 묵은 백여우가 자기의 아이를 물고 도망치자 치마폭에 바위를 싸들고 아이를 구하러 가다가 정태라는 청년을 만난다. 자신의 아이를 구해준 청년을 만난 곳, 치마폭에 싸인 바위를 내려놓은 곳이 바로 오기2리 광석지이다. 한반도 최고의 명산과 지명에 등장하는 마고할미가 전국의 오지인 영양군 수비면 오기리 광석동에 전설로 남아 있는 것은 왜 일까? 검마산 마고할미와 정태, 너분돌과 광석동, 천년 묵은 백여우와 아이 등 이런 이야기 속 인물과 사물들이 전설로, 기록으로, 지명으로 남아 있는 것은 왜일까? 영양군은 신라시대에 옛고(古) 숨을은(隱), 고은현(古隱縣)으로 불렸다. 바위 하나에도 이런 스토리가 숨이 있는 것은 지명대로 이곳이 고은현이기 때문이 아닐까?

     

     

     

  • 김범선 글쓴이 : 김범선 김범선(소설가)

    경북고등학교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한국문인협회문단윤리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
    한국소설가협회중앙위원

    작품
    눈꽃열차, 비창1,2권. 황금지붕, 개미허리의 추억(상, 하권), 킬러밸리. 노루잠에 개꿈, 당콩밭에 여우들, 영혼중개사, 협곡열차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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