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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의식_봉화 마을길 걷기]봉화 명품을 모아 놓은 길
    컬처라인 | 2023-07-24 프린트 퍼가기
  •  

     

    마을이 있는 풍경

    봉화 마을길 걷기

     

     

    봉화 명품을 모아 놓은 길,

    도심3리 – 서벽리금강소나무숲길 – 백두대간수목원 - 도심3리 

     

     

    글, 사진 엄의식

     

      

    봉화군 춘양면의 「도심3리 - 서벽리금강소나무숲길 – 주실령길 - 백두대간수목원 외곽 - 도심3리」로 이어지는 이 길은 ‘외씨버선길’ 일부(도심3리 – 주실령길) 구간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울타리를 따라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사과밭 사이의 집들과 특히 문수산 자락에 자라는 평균수령 80년 이상의 1,488주의 금강소나무 숲길을 지나 잘 정리된 수목원을 감상 할 수 있는 길이다.

     

     

     

    시작은 춘양면 소재지에서 영월로 이어지는 88번 국도변의 도심3리에서 시작한다. 특히 춘양면의 춘양역은 억지로 기찻길을 돌려 만든 데서 유래하였다는 ‘억지춘양’의 발원지다.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표준어사전에는 “원치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한다.”라는 뜻의 ‘억지춘향’만 실렸으나 ‘억지춘양’ 또한 같은 의미의 관용어로 인정하고 있다. 또 이 주변지역의 우수한 소나무가 모여 반출되면서 ‘춘양목(春陽木)’이라는 소나무 이름을 만들게 한 아주 특별한 기차역이다. 

     

     

     

    춘양면을 출발하여 백두대간 길인 도래기재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8km는 넓은 계곡이 거의 사과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봄에는 새로 난 잎과 사과꽃으로, 가을엔 빨간 사과를 보며 걸을 수 있는 마을길도 정겹지만 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집들 또한 좋은 구경거리다. 세월 따라 변해가는 내 얼굴이나 내 인상처럼 집들도 세월 따라 또 집주인 따라 변해가며 그 느낌이 달라진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 많은 모든 집들 하나하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때로는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 집과 구매 당시 전 주인이 관리하던 집의 모습을 생각하면 부끄러워진다. 

     

    “정리 좀 하며 살자.”

     

    평소 집에 관해 궁금했던 것은 우리네 시골집과 외국 시골집의 규모의 차이다. 관광을 하건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든 이름 난 곳, 혹은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외국 시골집의 규모가 우리보다는 커 보인다. 티베트, 네팔의 고산지대 집들도 분명히 우리보다 힘든 조건인데 2~3층 집이 많다. 우리네 시골집이 규모가 작은 이유에 대한 답은 아마도... 

     

    “단출한 집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 

     

    경북 산지의 집들은 추위에 대비한 폐쇄형 집으로, 외양간을 집안으로 들이듯이 모진 겨울을 넘기려면 모든 것을 집안으로 들여 놓을 수 있어야 했다. 매서운 겨울추위에 난방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야했고, 가축도 많이 없었기에 서너 칸의 비교적 단출한 집으로 지냈을 것이다. 단출해도 살 수는 있지만, 봉화군에만 100여 곳이나 되는 정자가 말해주듯 모두가 그러한 건 아니었다. 정자란 것이 단순히 돈만 있다고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신분적, 문화적 벽을 넘어야 가능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규모, 신분 그리고 재산의 차이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런 과거를 뒤로하고 사과농사가 비교적 돈이 되는 농사가 된 지난 20여년의 기간 동안 집들도 조금씩 나아지는 경제적 상태를 반영하게 되었다. 어느 곳이나 예전처럼 힘든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은 거의 없어졌지만, 도심3리의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집들은 비록 정자는 없으되 정갈하고 말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오랜 집을 보면, 지금은 비어 있지만 풀어지지 않는 지나온 이야기 실 꾸러미가 가득 찬듯하다.

     

     

     

    비교적 새집, 앞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집.

     

     

     

    몇 대의 주차공간이 있는 마을회관을 지나면 마을 숲이 멋있는 ‘황터성황당’을 만난다. 성황당콘테스트가 있다면 상위 입상이 기대되는 잘 생기고 분위기 좋은 성황당이다.

      

    황터성황당

     

    마을을 지나 산길을 따라 오르면 사과밭 사이를 지나 외씨버선길의 ‘풍경액자’를 만난다. 크기와 각도가 다른 프레임의 액자 조형물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면 1,000m 가 넘는 백두대간에 놓인 산들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액자에 넣듯 마음에 담아간다. 길에서 만나는 사과밭의 수형이 저마다 다른 것도 재미있다. 다만 지나다니는 관광객의 손을 탄 듯, 울타리 그물망에 걸린 경고판이 안타깝다. 수많아 보이는 사과도 수많은 사람이 하나씩 들고 간다면 남는 게 없을 것이다.

     

    “내로남불 하지 말고,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자.” 

     

     

    풍경액자

     

     

    풍경액자를 지나면 ‘서벽리금강소나무숲길’이 시작된다. 봉화지역의 대부분의 산은 소나무 일색이라 여기서는 낙엽 지는 전나무가 단풍으로 인해 대우를 받는다. 전나무를 비하 할 생각은 없으나 단풍을 얘기하면서 전나무를 언급하리라곤 나 자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전나무를 단풍으로 띄울 수 있는 곳이 바로 봉화의 소나무 숲이다. 이곳의 소나무는 일명 춘양목으로 봉화를 대표하는 명품이다. 춘양목은 궁궐 등의 문화재 보수용으로 쓰이는 등 우수한 건축자재인  소나무를 대표하는 단어였는데, 현재는 학문적 개념인 ‘금강소나무’로 통칭되고 있다. 금강소나무는 자연 생태적 가치와 환경 보전을 위해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숲이 전국에 몇 개 존재하며 그 곳에는 제한적이나마 소나무숲길을 조성해 두었는데, 예약 없이 간단하게 금강소나무숲길을 체험하는 데는 ‘서벽리금강소나무숲길’이 안성맞춤이다.

     

     

    잘 관리된 장대한 소나무들과 숲길은 소나무 특유의 향이 어울려 눈과 코가 즐겁다. 이 멋진 산책길은 주실령 가는 차도까지 약 4km 이어지는데, 중간지점에 숲 해설가 사무실이 있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길의 우측은 입구까지 백두대간수목원의 담장을 끼고 이어진다. 걷는 이들에게는 다소 방해가 되겠지만, 전 코스가 차량통행이 가능하여 걷는 것이 불편한 이들은 차량 안에서 편안하게 가을 구경을 할 수 있는 숲길이기도 하다. 

     

    숲길과는 살포시 돌아 앉아 있는 화장실들

     

    이 숲길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화장실 배치’가 어느 길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숲길에는 두 군데의 화장실이 있는데, 길 아래 옆으로 비켜 위치하여 길을 걷는 동안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화장실의 위치 선정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작지만 중요한 차이점을 만든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숲길 입구까지 나가서 차도를 따라 수목원 담장을 끼고 돌아도 좋고, 숲길 입구와 숲 해설 안내소 2/3 지점 사이에 문이 열려있는 곳으로 내려오면 서벽2리 버스정류소 종점 근방이 된다. 이곳은 수목원에서 추가 공사가 필요한 곳으로, 수목원 후문이 있는 ‘두내약수탕’까지는 차도가 아닌 수목원 도로를 따라 내려올 수 있다. 두내약수탕 아래 지역은 수목원으로 공식 개장된 지역으로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수목원 후문으로 나가서 차도를 따라 정문까지 걸으면 수목원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떤 면에서는 안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좋은 풍경이다. 수목원 외곽돌기 입장권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싶다. 수목원 대부분의 시설들이 길에 인접해 있고, 내려가는 길이어서 발길이 가볍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백두대간 및 고산지역 산림생물자원 보전에 특화된 수목원을 기치로 2018년 5월에 개장하였다. 약 5,179ha(15백만평) 규모로 아시아지역 2번째로 큰 수목원이며 백두산호랑이 보존센터와 시드볼트(Seed Vault)를 갖고 있다. 시드볼트는 종자를 뜻하는 시드(Seed)와 금고를 뜻하는 볼트(Vault)의 합성어로, 자연재해와 종말 등에 대비해 주요 식물의 멸종을 막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종자 보전시설이라 한다. 현재 전 세계에 단 2개의 시드볼트가 있는데, 하나는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글로벌 시드볼트(Svalbard Global Seed Vault)’이고, 다른 하나가 2015년에 설립된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이다.

     

     

    출처 :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운영센터

     

     

     

    수목원 정문을 돌아 차량이 있는 황터성황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문 옆 수목원가든 식당을 돌아 운곡천을 건너 서벽교회를 지나면 이미 지나갔던 풍경액자 가는 길을 만나고 성황당에 도착하게 된다. 운곡천을 건너기 전에 만난 어느 빈집에는 입구의 커다란 호두나무 한 그루가 채마밭으로 변한 마당을 바라보며, 그 집에 가득 차있을 지난 기억과 얘기들을 혼자 곰삭히고 있는 듯 했다. 옆을 지나는 나도 괜스레 지난 세월의 추억을 되새기게 되며, 이미 떠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에 마음 한 자락이 처연해진다.

     

     

     

    운곡천을 건너 지나온 황터길 고개에 닿을 때까지 계속 사과밭이다. 주차해둔 성황당 건너편에서 사과를 수확중인 70대 중반의 농장주는 “이젠 힘들어서 못해.” 라고 하지만 갱신해야 할 나무 옆에는 새로운 나무를 심어 놓았다. 2~3년 후에 큰 나무를 베어 공백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지만 그도 인정했듯 나무 자람새가 신통치 않다. 기존의 나무들이 잘 관리된 것으로 보아 고수의 기술을 가지신 분으로 보이는데 그런 기술이 필요한 수형은 관리비가 많이 든다. 요즘은 기술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생산비가 적게 드는 고밀식 다축형 수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나무재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비단 재배기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변화를 마주 할 때 마다 내일의 계획표를 그리기보다는 다져온 지난날들에 볼을 부비게 된다. 도심리에서 도심리까지 돌아 나오는 동안 그리운 것들을 떠올려 심어두었다. 도심 3리 마을의 낡은 집에는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던 저녁 붉게 뜨던 노을을, 황터성황당에는 익지 않은 젊은 시절 꼭 쥐었던 주먹을, 외씨버선길에는 모아두고 싶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수목원에는 어머니의 난로 같았던 손을 길속에 묻어 두었다. 주춤거리고 휘청일 때 마다, ‘도리 없다’ 고개를 젓고 싶을 때 마다, 붙잡아줄 뜨거운 싹들을 찾아 다시 걸음 할 것이다. 허공을 움켜쥔 나뭇가지, 그 껍질 아래로 무당벌레들이 모여든다. 알싸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길을 걸으려는 이들을 위한 정보

    - 도심3리 원점회귀 약 14.5 km / 4-5 시간

    - 주차 공간 : 황터성황당, 두내약수터 주차장, 백두대간수목원 주차장 그 외의 지역은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음.

    - 고도 : 서벽금강소나무숲길이 가장 높은 지역 (480미터에서 801미터)

    - 전 구간 차로 주행가능

     

     

     

     

  • 엄의식 글쓴이 : 엄의식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졸업하고 33년간 직장생활 후에 사과농사를 종신직업으로 선택하였다.
    2014년부터 봉화군에서 "봉화 즐거운 사과밭"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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