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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효선_동해연안의 문화여행]울진 바다를 밝히는 벌노랑이 갯메꽃 노래
    컬처라인 | 2023-11-15 프린트 퍼가기
  •  

    동해연안의 생활문화

     

      

    울진 바다를 밝히는 벌노랑이 갯메꽃 노래

     

    글. 남효선

     

      

    5월 중순으로 접어들자 동해안 갯마을 경북 울진지역의 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한다. 연록의 새순을 피워 올리며 봄을 알리던 산천이 어느새 녹음이 짙어지면서 여름으로 성큼 내닫는다. 울진의 북쪽 관문인 죽변항에 연접한 후정해수욕장 백사장에 갯메꽃과 벌노랑이가 무리지어 연한 물빛과 샛노란 속살을 열고 있다. 

     

     

    갯메꽃과 벌노랑이의 꽃봉오리가 앞다투어 바다로 달려들듯 일제히 바다로 향해있다. 향일성(向日性)이 아니라 향해성(向海性)이다. 후정리 해수욕장 사구는 온통 진한 노랑빛깔과 여린 살색이 펼치는 향연이다. 벌노랑이꽃의 앞에 붙은 '벌'은 '벌(蜂)'아니라 '벌판, 들판'을 가리키는 '벌'이라고 전한다. 그럴 법도 하다. 벌노랑이는 소금기 많은 갯가 백사장에서만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의 들녘이며 길가와 바닷가 모래땅의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든 뿌리를 내려 무리지어 피어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울진 갯마을의 빈한한 어부의 집에서 태어나 어린 남동생을 위해 ‘공순이’라는 이름으로 대처로 떠난 맏누이가 매일 윤이 나도록 닦던 손바닥만한 안마루처럼, 벌노랑이, 진한 노랑빛깔 꽃잎이 매끈하다. 벌노랑이는 제법 굵은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사방으로 줄기를 뻗어 고리 형태의 환상(環狀)을 이뤄 꽃줄기 끄트머리에 진한 노랑의, 마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습’의 앙증맞은 노랑빛깔의 꽃을 산형(傘形)으로 피워낸다.

     

    사방으로 꽃줄기를 뻗쳐 지붕처럼 둥글게 모아 꽃을 피우는 모습이 어린 나이에 대처로 나가 고된 노동살이로 남동생을 키우며 가계를 일군 우리네 맏누이를 닮았다. 우주처럼 넓다. 꽃은 6∼8월에 절정을 이룬다. 콩과 식물로 백맥근, 오엽초, 황금화, 별노랑이, 벌조장이라는 다른 이름을 지녔다. 

     

     

    이 무렵 동해안 갯가 백사장에는 벌노랑이 뿐 아니라 ‘갯메꽃’ 또한 여린 살색의 속살을 열고 뭇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울진의 최북단에 자리한 석호 포구로 들어가는 초입의 백사장이 여릿한 화톳불처럼 환하다. 갯메꽃 무리이다. 온몸을 소진하고 사그라드는 마지막까지 따스운 온기를 전하는 화톳불을 닮았다. 일제히 바다를 향해 함성을 지르듯 깔때기 모양의 여린 살색 속살을 열고 있다. 모든 무리지어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처연하다.

     

     

    갯메꽃은 귓불을 에는 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등지고 화톳불에 의지해 싱싱한 생선을 갈무리하며 가계를 일으키고, 죽변항을 지키고 가꿔 온 포구의 노모들을 영락없이 빼닮았다.

     

    갯가 백사장에 뿌리를 내리고 땅 위를 기거나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며, 오뉴월 잎겨드랑이에서 난 꽃자루에 여린 살색 깔때기 모양의 꽃을 피운다. 꽃 속에 귀를 대면 파도소리, 바닷바람소리가 가득 쏟아져 나올 듯하다.

     

    꽃모양이 나팔꽃이나 분꽃과 비슷하나 나팔꽃은 귀화식물인데 비해 갯메꽃은 우리나라 토종이다.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햇볕이 잘 들어오고 물이 잘 빠지는 해안가 모래가 많은 곳에서만 잘 자란다. 생물학자들은 갯메꽃이 해안 사구에서만 자라는 생육 특성 때문에 해안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고 해안메꽃, 개메꽃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초여름 울진바다를 밝히는 벌노랑이와 갯메꽃이 부르는 노래는 울진 죽변 후정리에 자리한 국립해양과학관 앞 ‘불가(백사장)’에 오면 만날 수 있다.

     

     

     

     

     

  • 남효선 글쓴이 : 남효선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안동대학교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공부하였다. 1989년 문학사상의 시 부문에서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하였다. 한국작가회의, 경북작가회의, 안동참꽃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둘게삼』이 있다. 현재 시민사회신문의 전국본부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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